< Previous영(永) 칼럼 | SENIOR COLUMN Magazine of the Korea Concrete Institute 8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AI 시대이다. 우리나라는 AI 관련 반도체 산업 덕분에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미국은 당연히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의 AI 선도 산업 덕분에 활 황이다. 시계를 약 20년쯤으로 되돌려 보면 스마트 산업, 앱 개발 등이 전 세계를 이끌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 무렵 중앙일보 대학 평가로 기자가 당시에 연구교수로 근무 하고 있던 학교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연구실 탐방을 하면서 나는 콘크리트 연구실을 소개했다. 당시 연구실 자체에 내구성 관련 최첨단 시험장비를 수억 원어치 구매한 직후 학과 교수들도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바로 그 기자는 10분여의 나 의 설명에 첫 질문은 “그런데 왜 콘크리트인가?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콘크리트인가?” 그렇다! 2000년대 초에도 보통 사람의 눈에는 콘크리트는 시대에 뒤처진 그저 그런, 아마 학문 분야라 하기 민망해할지도 모른다. 특히 정치인들의 공약에 어딘가에 도로를 신설하 고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단지를 조성한다고 하면 “콘크리트 행정”이라는 한마디로 시대착 오적이고 낙후한 대명사가 콘크리트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콘크리트 분야, 콘크리트 공학의 최전성기는 언제였을까? 그저 상상의 나래 를 펴서 가늠해보자면 20세기 초가 아닐까 싶다. 콘크리트 공학 교과서 초입부에 나오듯 1824년 조셉 애스딘(Joseph Aspdin)이 영국 포틀랜드 지방에서 초기의 시멘트를 개발 하고 본격적으로 대량생산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정도일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구한말 일제가 석굴암, 불국사의 보수 공사에 “보수를 한다고 시멘 트를 쳐발라서…” 이런 얘기를 한다면 아마 나는 당시 일제는 최첨단 기술로 복원 공사를 시도했다고 일본을 두둔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콘크리트 공학이 첨단 학문으로 최전 성기를 누리던 것은 20세기 초일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산업화가 되면서 수요가 늘던 1970년대일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서는 왜 아직도 콘크리트냐, 이런 첨단 시대에 아직도 그런 걸 하느냐 라는 우리에게는 어이없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나는 급한 성정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럼 지금 길가에 있는 콘크리트 다 치워버리고 저 아파트며 건물이며 콘크리트 다 빼면 뭘로 지을래요? 짚으로, 아니면 대나 무로, 뭐 첨단 플라스틱으로?”라고 어리게 발끈했지만 아직까지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AI 시대의 콘크리트 공학 Concrete Engineering in the Age of AI 안기용 Ki Yong Ann 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제 38 권 2 호 2026. 03 9 이런 상황 속에서 이미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다. 학교에서 산업 현장에서, 연구원에서 AI는 벌써부터 콘크리트 분 야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발 빠르게 호흡하고 있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교원 충원만 하더라도 불과 몇 년 전에는 “구조 분야” “콘크리트 재료공학” 이런 식으로 공지하던 채용 공고가 이제는 “AI 구조” “스마트 건설 공학” 이렇게 채용을 공지하고 있다. 또한 몇몇 친한 교수들의 연구실 명칭이 “첨단AI구조연구실”과 같이 AI가 들어가 지 않으면 벌써 낙후된 분위기이다. 모두가 AI 개발자가 된 것 같고 적어도 사용에 있어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미 AI 를 여러 형태로 사용한 연구논문은 수없이 출간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AI의 시대가 이미 와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업 시간에 어떤 어려운 숙제나 시험 문제를 내도 척척 제출하는 걸 보면 – 그게 맞든지 틀리든지 적어 도 그럴싸하게 보이게 – AI 활용은 이제 확실한 대세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예전부터 낙후됐다고 낙인 아닌 낙인 찍 힌 콘크리트 분야에서 첫걸음은 시멘트나 골재 비중 시험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콘크리트 배합설계 정도일 것이다. 아 마도 최종단계에서는 콘크리트 구조설계나 내구성 수명 예측 정도겠지만, 물론 시중에 돌아다니는 AI tool을 이용하면 그마저도 한 달이면 충분히 학습하고 어떤 어려움도 없이 완수할 것이다. 내가 10년 또는 20년의 공력이 AI에 대고 질 문과 요청사항(Prompt) 몇 가지면 전문가의 설계와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 AI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다만 해외에서 학술적으로 AI를 연구재료로 사용하는 사 례를 보고 있는 사람으로, 또한 어쩔 수 없이 AI를 이용하여 학술적 성과를 생산해야 하는 입장에서 AI 시대에 콘크리 트 분야에 종사하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AI가 다룰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우 리가 먼저 콘크리트 분야에서 선점하는 게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AI는 소설도 시도 창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영화도 음악도 만드는 창작의 영역까지 침투하였다. 이와 같은 문학과 예술 분야조차도 이미 AI가 인지할 수 있는 근 거 자료(Database)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새롭게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먼저 그러한 자료를 주지 않 는다면 아직은 창조하거나 모방해서 만드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얘기겠지만 약 10년 전 우리 학교 원로 선배 교수께서는 우주 개발, 우주 토목에 몰입하셨고, 무슨 연구를 하던 우주 분야와 연결 지으려 하셨다. 엉겁결에 나 는 당시 달 콘크리트(Lunar concrete)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달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진공 챔버를 만들 고 달의 일교차를 만들고 달의 조건을 모사하였다. 또한 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건, 지구에서 가져갈 수 있는 자원 범 위 등을 고려하여 달 콘크리트를 개발하여 13MPa 정도의 콘크리트를 개발하였다. 달의 중력을 고려하면 지구에서 는 약 80MPa 정도의 강도인 셈이니 어느 정도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다음 단계의 연구는 아직 미진한 상태이나 얼마 전 AI로 달 콘크리트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보니 이와 같은 연구보다 낮은 수준의 당시 내가 보던 문헌 고찰 수준에 머 물러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동시에 미국 ACI에서는 이미 Lunar Concrete Committee가 발의되어 기술적 검토와 Manual을 제작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AI보다 한 발 앞서간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마저도 순식간에 AI는 아무것도 아 닌 것처럼 따라와서 다음 단계로 안내해주겠지만, 내가 AI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그로부터 도움을 받아 발전하는 것이 니 선순환적인 관계일 것이다. 두 번째는 콘크리트 공학 분야에서의 한계를 AI에서 제시하는 방향성을 이용하여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갖는 것이 다. 국제표준 콘크리트전문위원회(ISO/TC 71)에서 약 20년 정도 활동해온 경험에서 볼 때 국제표준은 콘크리트 분 야에서 국가별 표준이 충돌이 생기거나 신규 표준의 긴급성이 발생할 경우 국가 간의 협의를 통해 국제표준을 제정한 다. 실제로 이상적인 얘기와는 달리 국가별 이익관계도 엄연히 존재하고 개인별 능력과 친분, 국가의 국력도 역시 존재 하기 때문에 실효성과 거리가 먼 경우가 종종 있지만 대의에는 변화가 없다. AI의 도움이 있다면 상당한 발전과 다음 영(永) 칼럼 | SENIOR COLUMN Magazine of the Korea Concrete Institute 10 단계에 대한 방향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 생각된다는 점은 다음의 예에서 얘기할 수 있다. 국제표준을 위한 ISO 총회 때마다 자주 논쟁하던 이슈 중 하나는 내구수명(Service life)에 대한 정의가 있다. 철근부식을 열화로 볼 때 (1) 내구 수명을 철근부식 개시(Onset of corrosion)으로 보는 입장, (2) 구조거동의 영향력이 있을 때를 내구수명이라는 국가 가 있는 반면 (3) 구조물의 붕괴까지가 내구수명이라고 주장하는 대표단도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논쟁의 중심이 아니 라 AI의 도움을 빌리자면 다음 단계의 스토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대부분의 사례처럼 철근부식 개시를 내구수명 으로 간주하면 수 km의 연육교에서 철근에 점 하나 크기의 녹이 발생하면 수명이 종료되는 것이고 그 교량은 전면 차 단하는 게 순리이다. 관리주체는 항시 모니터링 및 유지관리를 하다가 행여라도 점 하나의 녹이라도 생기면 우리는 인 천공항에 배를 타고 가야 하거나 김포공항으로 가야 한다. 다른 의미로 내구수명의 정의를 구조물의 붕괴까지라면 결 국 우리나라에서는 참사나 사고를 의미할 것이고 어쩌면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각종 미디어에 알려지고 몇몇 은 공학적 문제가 있든 없든 이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지게 될 것이다. 너무나 극단적인 얘기지만 우리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고 우리끼리 논쟁으로 머리 맞대고 푼다는 그럴싸한 말로 치부하기에는 거대담론일 것이다. 만일 AI를 통해 이러한 매뉴얼의 충돌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면 – 물론 이에 대한 Prompt는 세심하게 짜야겠지만 – 논의 과정 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고 물론 상당 부분은 AI를 통해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충돌(Clash)에 수많은 사례를 발 굴하고 해결할 문제를 정리함으로써 AI의 이용으로 콘크리트의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걸음에 더욱 빠르게 진 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상영화에서처럼 로봇이 일하고 인간은 더욱 영적인 존재가 되거나 아니면 인간과 로봇이 마치 같은 인류인 것 처럼 사는 세상이 온다고 하면(아니면 전쟁하거나) 그때 가서 콘크리트니 학회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담당 편집위원 : 이창홍((주)포스코이앤씨) changhong@poscoenc.com 안기용 교수 는 한양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영국 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2년부터 한 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ISO/TC 71(콘크리트전문위원회), ACI 222(철근부식위원회), fib COM 10(출판 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콘크리트 내구성, 재료공학 분야에 관한 실험적, 모델링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표준 및 가이드 라인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 kann@hanyang.ac.kr 영 칼럼 | YOUNG COLUMN 제 38 권 2 호 2026. 03 11 사진을 찍는 것은 오래된 취미는 아니다. 하지만 일본에 머무르게 되면서, 이 취미는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조금 더 큰 자리를 차지 하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구실과 집을 오가는 비교적 단순한 생활 속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 시간의 일부를 카메라와 함께 보내게 되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거리의 풍경, 계절의 변화,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빛.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서 사진을 찍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졌다. 무엇을 찍을지보다, 무엇을 찍지 않을지를 먼저 고 민하는 순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가 셔터를 누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장면을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들었다. 찍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들도 있었다. 기록되지 않은 장면은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았고, 대신 기억 속에서 다른 형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겪으며, 나는 이 ‘멈춤의 감각’을 사진뿐 아니라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 과 정에서도 점점 더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을 때, 결과를 조금 더 쌓아야 할 것 같을 때, 오히려 멈추어 서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그 멈춤은 ‘주저’라기보다, 다 음 선택을 조금 더 천천히 하기 위한 시간에 가까웠다. 최근의 연구 생활은 극적인 변화로 기억되기보다는, 하루의 리듬이 크게 바뀌지 않는 시간 으로 남아 있다. 연구실과 집을 오가는 비교적 단순한 동선, 반복되는 실험과 정리, 그리고 그 사이에 이어지는 조용한 공백들. 이런 환경 속에서 연구는 빠르게 확장되기보다는, 이미 진행 중이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속도가 느려진 대신, 생각이 머무는 시 간이 길어졌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이전보다 더 자주 멈추어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지금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잠시 멈추는 것이 더 적절한지. 이 질문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를 어떤 태도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연구 시간 동안 내가 경험한 멈춤은 감정적인 망설임이나 불안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었던 판단의 한 형태였다. 연구를 진행 편수정 Su-Jeong Pyeon 홋카이도대학 공학대학원 박사후연구원 연구하며 더 자주 멈추게 된 순간들 Frequent Moments of Pause in Research영 칼럼 | YOUNG COLUMN Magazine of the Korea Concrete Institute 12 하다 보면 결과를 더 만들고 싶은 욕구와, 지금의 상태를 점검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나타난다. 나는 그 두 흐름 사이 에서 멈추어 서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장 자주 마주했던 멈춤은 추가 실험을 계속할 것인지 판단해야 했던 순간들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은 연구 과정에서 거의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실험 하나를 더 추가하면 그래 프가 더 매끄러워질 것 같고, 데이터 포인트가 늘어나면 결과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일 것 같은 순간들이 반복된다. 이전에는 이런 상황에서 거의 반사적으로 ‘더 하기’를 선택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그 지점에서 멈추어 서는 선택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으로 연구 질문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지, 혹은 단순히 수치를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점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멈춤은 실험을 포기하는 결정이 아니라, 연구의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사진에서 이미 충분히 채워 진 프레임 앞에서 셔터를 누르지 않는 선택과 닮아 있었다. 이러한 판단은 혼자 연구를 진행할 때뿐 아니라, 외부 기관과의 협업 과정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났다. 지금 진행하고 있 는 공동 연구 중 일부는 진행하다 보면 연구자가 생각하는 속도와 현장에서 기대하는 속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결과를 더 빠르게 정리하기를 기대받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선택이 요구 되기도 했다. 그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는 결과를 바로 확정하지 않고 잠시 멈추어 서는 순간들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되었다. 이때 인상 깊었던 것은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연구의 진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충분히 설명 사진 1. 평소 퇴근길 풍경사진 2. 늦게까지 영업해서 자주 가는 카페제 38 권 2 호 2026. 03 13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는 선택이 이후의 논의를 더 명확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 러한 경험들은 연구에서의 멈춤이 개인의 성향이 아 니라, 협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하나의 리듬 일 수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결과를 바로 정리해도 될 것 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순간 앞 에서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PI와 나는 종종 비슷한 토론 주제를 서로에게 던졌다. “지금 이 단계에서 이 결과를 말해도 되는가.” 질문은 판단을 미루자는 결론이기보다는, 설명이 준 비되었는지를 다시 확인하자는 서로의 확신에 가까웠 다. 결과를 더 빨리 정리하는 것보다, 지금 말할 수 있 는 범위를 먼저 점검하는 태도였다. 그 질문을 반복해 서 마주하며, 나는 멈추는 선택이 연구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설명을 더 분명하게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을 조금씩 체감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결과 해석을 즉시 진행하지 않고 보류하는 선택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치상 으로는 의미 있어 보이지만, 그 이유를 스스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 앞에서는 바로 결론으로 나아가지 않기 로 했다. “이 결과를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가.” “설명이 충분히 준비되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해석을 잠시 미루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 멈춤은 결과를 회피하는 태도와는 달랐다. 오히 려 결과를 더 책임 있게 다루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설명되지 않은 결과를 성급하게 해석하기보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까지 기다리는 것이 연구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연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멈춤은 반복되었다. 연구를 오래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결과와 분석이 쌓 인다. 모든 것을 담고 싶어지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핵심 질문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 결과를 남기지 않는 선택 역시 연구 과정의 중요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되었다. 사진에서 프레임을 단순화하기 위해 일부 요소를 제외하는 선택과 닮아 있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멈춤의 순간들은 사진을 찍을 때의 멈춤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셔터를 누르기 전의 잠깐의 정지는 장면을 더 잘 보기 위한 시간이다. 연구에서도 멈추는 시간은 결과를 더 만들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질문과 해석의 경계를 다 시 설정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연구 경험은 나에게 연구를 더 빠르게 진행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언제 멈추어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 사진 3. 가을이 다가오는 여름의 노을영 칼럼 | YOUNG COLUMN Magazine of the Korea Concrete Institute 14 한 감각을 조금씩 키워주었다. 연구의 속도를 잠시 늦춘다고 해서 성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판단의 밀도 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멈춤이 언제나 옳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연구에는 다양한 리듬과 방식이 존재한다. 나는 멈춤을 뒤 처짐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한 준비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사진을 찍다가 셔터를 누르지 않은 채 카메라를 내려놓는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 아서가 아니라, 지금은 남기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느껴질 때다. 그렇게 지나친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다. 사진에서든 연구에서든, 나는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 장면은 지금 기록할 가치가 있는가.” 더 자주 멈추는 순간들은, 질문을 서두르지 않고 던질 수 있는 여백을 나에게 남기고 있다. 편수정 박사 는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경량 고강도 시멘트계 복합재료의 수화 및 역학 특성 예측 모델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시멘트계 재료의 장기적 탄산화 거동과 미세구조 변화에 관 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시멘트 탄산화, 경량골재 콘크리트, 3차원 공극 모델링, 그리고 구조물 유지관리 및 AI 기반 품질 관리 기술이다. pyeonsj@naver.com 사진 5. 눈축제의 눈사람 사진 4. 최근 폭설로 인해 갇힌 자동차 담당 편집위원 : 백장운(경희대학교) baekjw@khu.ac.kr포토에세이 | PHOTO ESSAY 제 38 권 2 호 2026. 03 15 글/사진 : 문한영(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공학박사) 창덕궁은 태종 5년(1405년) 정궁인 경복궁의 이궁으로 두 번째로 세워진 조선의 궁궐이며 창경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리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광해군 2년(1610년)에 중건되었으며, 인조반정 때 인정전을 제외하고 전부 불에 탔으나 인조 25년에 복구되었다. 광해군이 정궁으로 사용한 후부터 1868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조선의 역대 임금들이 정사를 보며 거처한 법궁이기도 하다. 정문인 돈화문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선조 40년에 재건하였으며, 1963년 대한민국 보물 제383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낙선재는 순정황후, 덕혜옹주,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등 조선 왕족들이 기거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창덕궁 후원(비원)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조선 왕실 정원의 걸작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다. 창덕궁은 1997년 12월 제2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창덕궁에서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함양문 옆에 아주 귀한 진분홍의 만첩홍매화 萬疊紅梅花 (겹홍매화) 나무 한 그루가 만개하게 되면 인산인해로 장관이 연출된다. 이 만첩홍매화는 400여 년 전 선조 때 명나라에서 조선에 선물로 보내온 것이라 하며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원래 나무는 고사하였으나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지금의 명품 고목이 되었다. 필자는 해마다 춘삼월이면 뭇 꽃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하는 고궁들을 순회하며 화신 花信 을 촬영 기록해 왔다. 창덕궁의 봄소식교양에세이 | CULTURAL ESSAY Magazine of the Korea Concrete Institute 16 ‘사는 곳’에서 ‘누리는 곳’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현대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거 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는 브랜 드 자산이 되었다. 과거의 아파트가 ‘잠을 자는 공간’이 라는 물리적 기능에 충실했다면, 오늘날의 하이엔드 주 거 단지는 단지 안에서 모든 생활이 완결되는 ‘올인빌 (All-in-Vill)’ 구조를 지향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 바로 DK아시아다. DK아시아는 ‘로열파 크씨티’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통해 국내 최초의 프리 미엄 리조트 도시를 구현하며, 단순 주거 공간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예술 콘텐츠로 승격시키고 있다. 브랜드 위상 강화를 위한 전문가 중심 전략 현대건설 재직 당시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 (THE H)’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조현욱 전무는 힐스테 이트를 업계 1위로 만든 브랜드 전문가다. 그가 강조해 온 ‘마케팅 중심 변화 전략(MDC, Marketing Driving Change)’은 DK아시아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리조트 도시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동일 지역에서 단일 브랜 드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 민간 주도의 대규모 도시개 발 프로젝트인 ‘로열파크씨티’와 같은 메가 프로젝트에 ‘프리미엄 리조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구체적인 숨결 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그는 기사를 통해 “건강한 쉼의 완성,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을 강 조하며, 하이엔드 브랜드가 제공해야 할 본질적인 가 치가 ‘건강한 쉼’에 있음을 시사했다. 6성급 호텔식 커뮤니티 특화, 아파트와 호텔의 경계를 허물다 DK아시아의 ‘로열파크씨티’ 브랜드에서 구현된 커뮤 니티 시설은 기존 아파트의 개념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헬스장이나 경로당 수준을 넘어, 이곳의 커뮤 니티 시설은 6성급 호텔의 서비스를 모델로 삼는다. ・ 프리미엄 리조트급 시설:아난티 이상의 실내 수 영장과 비거리 30m의 복층형 인도어 골프연습장 은 입주민이 단지 밖으로 나갈 필요를 줄여준다. ・ 조경과 빛의 예술: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협업 한 대규모 조경과 8m 높이의 로열 그랜드 게이 트, 그리고 야간 경관 조명 특화는 단지 전체를 하 나의 야외 갤러리로 변모시킨다. 하이엔드 주거의 정의를 다시 쓰는 브랜드 철학과 커뮤니티 특화 전략 로열파크씨티 사진 1. 330m 규모의 초대형 아트 디자인 문주 제 38 권 2 호 2026. 03 17 ・ 특화 서비스:입주민 전용 개봉관 영화관과 삼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등은 맞벌이 부부와 은퇴 세대 모두를 아우르는 ‘커스터마이징된 편리 함’을 제공한다. 이러한 6성급 호텔식 커뮤니티 특화는 단순히 시 설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 사이 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 (Pride)을 고취하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자 입주민의 자부심으로 작용한다. 도시개발의 국내 최초 New Heritage 브랜드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100년이 가도 변 하지 않을 ‘대한민국의 헤리티지’다. 신검단 로열파크씨 티Ⅱ는 유럽식 중앙정원과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길을 조성하여 물리적 건축물보다 자연과 예술이 우선되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우리는 집을 판다”가 아 니라 “우리는 특별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는 것임을 증명한다. 미래 주거 시장의 새로운 기준 하이앤드 브랜드와 그에 맞는 6성급 호텔식 커뮤니 티의 특화는 향후 국내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이 나아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에 만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DK아시아처럼 확 고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조현욱 전무와 같은 전문 가들의 전략적 마케팅과 혁신적인 커뮤니티 특화를 결 합한 ‘콘텐츠 중심의 주거’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집은 이제 소유의 대상에서 경험의 대상으로 변화하 고 있다. DK아시아가 구축하는 프리미엄 리조트 도시 는 그 변화의 가장 선두에 선 실험이자 하나의 사례이 며, 앞으로 전개될 3만 6,500여 세대의 ‘리조트특별시’ 는 대한민국 하이엔드 주거 문화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2. 힐링 라이프를 위한 리조트급 조경 공간사진 3. 6성급 호텔 수준의 수영장 조현욱 • 현) DK아시아 전무이사 • 전)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 전) 현대건설 마케팅분양실장 •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박사 hwcho68@naver.com 담당 편집위원 : 이근주(리앤장) tigerwoodsi@naver.comNext >